페이지 안내

연구

연구성과

연구성과

화학부 이동환 교수 연구팀

순백의 발광체: 아주 작은 분자 하나가 두 개의 빛으로 완벽한 백색광을 만들다

2023.04.11.

[연구필요성]

백색광은 디스플레이와 조명 산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나의 분자로 이뤄진 발광체는 색 재현성이 높은데, 작은 분자로 만들 수 있다면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완벽한 백색광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연구성과/기대효과]

작은 벤젠 고리 주변에 수소결합을 할 수 있는 작용기를 전략적으로 도입하고, 합성 화학을 이용해 수소결합의 세기를 정교하게 제어하는 방법으로 형광체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이들 분자는 들뜬 상태에서 양성자가 이동하는 원리로 완벽한 백색광이 나오는 이중 형광성을 보인다. 이러한 성질을 백색광 조명과 세포 이미징에 활용하여 작은 분자 발광체의 실용적 응용까지 보였다.

[본문]

서울대학교 화학부 이동환 교수 연구진은 하나의 벤젠 고리로 이뤄진 아주 작은 백색광 발광체를 발명했다. 간단한 분자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다중 형광 현상의 광물리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백색광 조명 장치와 세포 이미징에 이용한 이 연구는 경북대 최철호 교수 연구진, 서울대 이남기 교수 연구진과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국제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온라인으로 발표되었다.

백색광은 모든 색의 혼합물이다. 인공적으로 백색광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색, 녹색, 청색 발광체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야 한다. 공학적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 하나의 분자가 여러 파장 영역에서 동시에 빛을 낼 수 있다면 문제는 쉬워진다. 하지만, 이러한 다중 형광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분자가 들뜬 상태에서 여러 개의 안정한 구조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복잡한 물질 설계와 어려운 합성이 필요하다. 큰 분자는 구조적 복합화는 쉬울지 모르지만, 고체상에서는 응집을 통해 발광 특성을 잃거나, 용해도가 낮아 용액 공정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크기가 작은 형광체는 이러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여섯 개의 탄소 원자로 이뤄진 벤젠 고리 주변에 수소결합 주개-받개를 도입한 분자를 설계하고, 수소결합 주개의 산성도를 정교하게 조절하여 이중 형광성을 갖는 벤젠 유도체 라이브러리를 합성했다. 강한 수소결합을 이루는 분자에서 백색의 이중 형광이 나오는 원리를 알기 위해 이론/계산화학 연구를 수행했고, 들뜬 상태의 벤젠 고리의 반방향족성(antiaromaticity)을 해소하기 위해 수소결합이 강화되거나, 양성자 이동이 촉진되는 두 가지 형태의 구조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 분자는 백색광 발광 장치에 공학적으로 이용하거나, 생체 조영과 약물 전달에 사용되는 플루오린화탄소 나노방울에 넣어 세포 이미징에도 사용할 수 있었다.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작고 간단한 구조로 힘든 일을 해내는 분자가 우아한 이유다. 화학자는 이러한 "최소 작동 원리"에 대한 근원적 호기심으로 연구를 한다. 이번 연구는 방향족성(aromaticity)의 전환이 분자의 구조 변화를 일으키는 원리를 밝히는 기초연구에서 시작해서, 벤젠 고리 하나로 이뤄진 작은 분자로도 백색광 발광이나 세포 이미징 같은 실용적인 응용이 가능함을 보임으로써 기능성 분자의 새로운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는 데 중요성이 크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결과]

Single-Benzene Dual-Emitters Harness Excited-State Antiaromaticity for White Light Generation and Fluorescence Imaging

Younghun Kim, Heechan Kim, Jung Bae Son, Michael Filatov, Cheol Ho Choi, Nam Ki Lee, and Dongwhan Lee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https://doi.org/10.1002/anie.202302107)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Nat. Commun. 2021, 12, 5409)에서 개발한 ‘가장 작은 적색광 발광체’인 파라-다이아세틸페닐렌다이아민(p-DAPA) 분자에서 시작해서 N–H 결합의 산성도를 체계적으로 조절하는 화학합성으로 벤젠 기반 백색광 발광체 라이브러리를 구현했다. 경북대 최철호 교수 연구진과 계산화학 공동연구를 통해 들뜬 상태에서 수소결합이 강해지는 구조와 하나의 양성자 이동으로 만들어지는 구조가 화학적 평형을 이루고 있음도 규명했다. 이 두 구조가 모두 들뜬 상태에서 벤젠 고리의 반방향족성(antiaromaticity)을 완화하는 구조 변화를 통해 안정해진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알려져 있던 반방향족성이 들뜬 상태 평형을 유도하고 실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이중 형광 특성까지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보였다.

이들 분자는 용액상에서뿐만 아니라 고체상에서도 우수한 백색광 발광성을 보인다. 손쉬운 용액 공정으로 소량을 도핑한 백색광 고분자 필름을 제작하고, 다양한 환경에서도 일관된 발광 파장이 보임을 확인했다. 두 가지 형광의 색(= 파장)은 늘 일정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세기만 잘 조절하면 완벽한 백색광을 구현할 수 있는데, 이 간단한 공학적 변수는 고분자의 미시적인 극성 환경을 통해 조절할 수 있었다. 그 결과 PVDF-HFP(폴리비닐리덴 플루오라이드-헥사플루오로프로필렌 공중합체) 고분자 필름으로 자연 일광(daylight)에 근접한 백색광을 구현할 수 있었다.

나아가, 플루오린(F) 원자가 많은 사슬을 벤젠 형광체 주변에 도입해서 플루오린화탄소(fluorocarbon) 용매에 가장 잘 녹는 백색 형광체도 만들 수 있었다. 초음파나 자기공명 영상 진단에 사용되는 플루오린화탄소 나노방울에 이 백색 형광체를 넣으면 살아있는 세포 소기관의 이미징에도 사용할 수 있음을 서울대 이남기 교수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