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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연구성과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 연구팀

바이러스에서 찾은 RNA 안정화 서열로 바이러스 퇴치한다

2023.07.06.

- IBS 연구진, 바이러스에서 RNA 안정성·단백질 생산 증가시키는 서열 발견 -
- mRNA 백신 등 유전자치료제 성능 향상 기대 -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연구팀은 수백 종의 바이러스 RNA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대량 시퀀싱 기술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키는 RNA 염기서열을 발견했다. ‘K5’로 명명한 이 서열을 활용하면 RNA 치료제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등장 이후 감염병 극복을 위해 바이러스 연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진화시켰다. 이러한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생명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아직까지 바이러스 연구는 주로 의학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중요하다고 알려진 극소수의 바이러스에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그 종류와 생활사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유전자와 RNA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미개척의 ‘지식의 보고’일 수 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RNA 안정화와 단백질 생산에 기여하는 조절 서열을 찾기 위해, 인간에게 감염된다고 알려진 모든 바이러스 RNA 서열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모든 바이러스를 대표할 수 있도록 편향되지 않은 선별기준을 적용해 143종의 대표 바이러스 서열을 선별했다. 그리고 선별된 바이러스 서열을 동일한 길이(130개 뉴클레오티드)로 잘라 3만여 개의 절편을 만들고, 세포에 넣어 각각의 바이러스 서열들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지 분석했다.

이 스크리닝 과정을 통해, 연구진은 RNA 안정화와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키는 다수의 조절 서열을 찾아낼 수 있었으며 RNA 안정화와 단백질 생산 모두에 기여하는 16개의 서열을 동정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난 서열을 찾아내 ‘K5’라고 명명하고, 이 서열에 대해 상세히 분석했다.

K5는 에이치바이러스(Aichivirus)의 3말단 쪽에 위치한 서열이다. 에이치바이러스는 코부바이러스(Kobuvirus) 속, 피코나비리데(Piconaviridae) 과에 속한 바이러스로, 유전체로 단일가닥 RNA를 가진 바이러스이다.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지만, 약한 장염 정도만 일으키는 병원성을 가지고 있어 거의 연구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다.

연구진은 K5 조절 서열이 ZCCHC2-TENT4 단백질 복합체를 이루는 TENT4 단백질을 이용해 RNA에 혼합꼬리1)를 생성함으로써, RNA가 분해되지 않고 단백질을 많이 생산하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K5는 두 개의 헤어핀 구조2)를 이루고 있는데, ZCCHC2-TENT4 단백질 복합체가 K5 서열에 결합하게 되면 TENT4 단백질이 바이러스의 아데닌 꼬리 부분에 혼합꼬리를 형성하게 된다. 이 혼합꼬리로 인해 RNA 분해 속도가 줄어 RNA 안정성이 높아진다.

나아가 연구진은 K5 서열을 유전자 치료에 사용하는 바이러스 벡터3)에 삽입하는 실험으로 K5 서열의 임상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였는데, 실험 결과 바이러스 벡터의 유전자 전달 효과가 크게 증가했다. 또한 mRNA 백신에 삽입하면 mRNA가 안정화되고 오랫동안 많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K5 서열을 활용하여 RNA 치료제의 성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 빛내리 단장은 “바이러스 RNA의 K5 서열은 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킨다”라며, “K5 서열을 이용해 mRNA 백신과 유전자치료제의 안정성과 성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성과는 고병원성 바이러스에만 집중하는 기존의 접근 방식으로는 이루기 어려운 성과”라며, “현재 경미한 바이러스라도 향후 심각한 바이러스로 진화할 수 있으므로, 편향 없이 다양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생물학 분야 권위지 셀(Cell, IF 66.850)에 7월 6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결과]

Functional viromic screens uncover regulatory RNA elements

Cell(2023)
서제니*(IBS/서울대), 정수진*(IBS/서울대), 양지혜(IBS/서울대),최다은(IBS/서울대), 김빛내리#(IBS/서울대)
*공동 제1저자, #교신저자

이번 연구에서는 K5 조절 서열 이외에도 다수의 바이러스 유래 서열들이 혼합꼬리 형성을 통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발견은 혼합꼬리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항바이러스제 개발과 면역체계 반응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연구진은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키는 조절 서열 외에도 세포 안에서 RNA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서열을 다수 발견하였데, 후속 연구를 통해 해당 서열들을 이용한 RNA 치료제 적용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 과정]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사람에게 감염된다고 알려진 500 여종의 바이러스의 지놈 서열 정보를 모으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을 대표할 수 있는 143 종의 바이러스 지놈 서열을 선별하였는데, 모든 바이러스를 대표할 수 있도록 편향되지 않는 기준을 적용했다.

선별된 바이러스 지놈 서열들은 타일링이라는 기법을 통해 모두 동일한 길이로 잘라, 3만여 개의 바이러스 지놈 절편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얻은 바이러스 지놈 절편을 플라스미드 형태로 암세포에 넣어, 세포 안에서 각각의 바이러스 서열들이 RNA 안정성이나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지 확인했다.

이러한 스크리닝을 통해 3만여 개의 바이러스 유래 서열 중 RNA 안정화와 단백질 생산 모두에 기여하는 16개의 서열을 동정하고, 그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난 서열을 찾아 ‘K5’ 서열이라고 명명했다.

이 K5 서열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서열로, RNA 안정성이나 단백질 생산 증가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뛰어나 유전자 치료제에 적용하면, 그 성능을 월등히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었다. 실제로, K5 서열을 바이러스 벡터와 mRNA 치료에 삽입하는 실험 결과,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이 증가해 기존 RNA 치료제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K5 조절 메커니즘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K5 서열과 결합하는 단백질들을 동정하는 실험으로 TENT4와 ZCCHC2 단백질이 K5 서열과 결합하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추가 실험을 통해 TENT4 단백질이 ZCCKC2 단백질과 복합체를 이루어 K5에 혼합꼬리를 만들고, 이 혼합꼬리가 RNA 안정성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어려웠던 점]

인간을 감염시키는 모든 바이러스의 염기 서열 데이터베이스는 스크리닝 실험에 바로 사용하기에 양이 너무 방대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바이러스 종류 별 대표 바이러스만을 신중하게 추려냈다. 그 다음, 각 바이러스의 염기 서열을 효과적으로 타일링하는 알고리즘을 고안해 스크리닝 실험에 적합한 데이터베이스를 완성하였다.

또한, 연구진이 새로 규명한 K5 서열 조절 단백질인 ZCCHC2는 크기가 크고 구조가 불안정해 생화학 실험에 불리한 특성을 지녔다. 연구진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차 검증이 가능한 다양한 방식의 세포생물학적 실험을 설계해 수행했고, 이를 통해 ZCCHC2 단백질의 기능 및 작용 메커니즘을 면밀히 밝혀냈다.

[성과 차별점]

지금까지의 바이러스 연구는 대부분 단일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로 국한되어 있었고, 그 조차도 의학적이나 산업적으로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만 진행되어 왔다. 본 연구진은 지금까지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있는 특정 바이러스에 제한하지 않고, 사람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들을 대표할 수 있는 총 143종의 바이러스를 편향되지 않은 방법으로 선별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바이러스는 빠르게 진화하여 환경에 적응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 바이러스라 하더라도 언제든 심각한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연구로 밝힌 여러 조절 서열들이 나중에 항바이러스제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리소스로 사용될 수 있다.

많은 경우 바이러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조절 메커니즘을 모방하여 진화하므로, 바이러스 연구를 통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세포 조절 메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연구로 처음 밝힌 ZCCHC2 단백질 역시 그동안 TENT4 단백질과 함께 혼합꼬리를 생성한다고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ZCCHC2를 이용하는 에이치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던 바이러스로, 본 연구와 같이 편향성 없는 스크리닝 방법을 통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혼합꼬리 보조인자를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향후 연구계획]

이번 연구로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숙주 세포 안에 있는 TENT4 단백질을 이용, 혼합꼬리를 생성하여 자신들의 RNA를 안정화 시킨다는 것을 밝혔다. 하지만 세포 안에서 TENT4 단백질을 이용하여 혼합꼬리를 생성하는 자세한 메커니즘과 타겟 RNA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 세포 안에서 TENT4 조절 메커니즘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예정이다. 특히 지금까지 알려진 TENT4 보조인자인 ZCCHC14과 ZCCHC2 이외에 다른 보조인자가 있는지를 알아 볼 예정이며, 나아가 각각의 보조인자가 어떠한 차별성을 가지고 세포 내 RNA들을 조절하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그리고 K5 외에도 함께 동정된 다른 바이러스 서열들에 대한 개별 연구를 진행하여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RNA 및 단백질 안정화 기작들을 더 알아낼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항바이러스제 치료 연구에 중대한 진전을 이룰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실제로 K5 서열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에 대한 mRNA 백신에 적용하여 치료제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현 연구에서는 사람에게 감염된다고 알려진 총 143개의 바이러스들의 지놈을 모아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사람뿐 아니라 다른 포유류에 감염된다고 알려진 바이러스들로 그 연구범위를 확장시켜 바이러스들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RNA 조절 메커니즘을 찾을 계획에 있다.

[용어설명]

1) 혼합꼬리(Mixed tail)
  • 특정 RNA는 아데닌 염기로 이뤄진 꼬리를 갖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RNA 연구단이 2018년에 출판한 논문에서, 아데닌뿐만 아니라 다양한 염기로 이뤄진 혼합 꼬리가 존재하며, 이 혼합꼬리는 분해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RNA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밝혔다.
2) 헤어핀 구조(hairpin loop)
  • 이름에서 구조적 형태를 유추할 수 있듯, 단일가닥의 RNA 또는 DNA의 상보적 역 반복서열 간에 수소결합으로 생긴 줄기 부분과 루프 형태를 하고 있는 고리 부분을 가진다.
3) 바이러스 벡터(Viral vector)
  • DNA나 RNA와 같은 유전물질을 세포나 생체에 주입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이용해 개발된 운반체로, 유전자 치료나 백신에 이용된다.

[그림설명]

[그림 1]  새로운 조절 RNA 서열을 찾기 위한 스크리닝 전략
[그림 1] 새로운 조절 RNA 서열을 찾기 위한 스크리닝 전략

① 인간에게 감염된다고 알려진 바이러스들의 지놈 서열을 과(family)별로 정리한 도표.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와 있는 전체 바이러스의 종(species) 수와 평균 지놈 크기를 회색 바그래프로 나타내었고, 실제 실험에 사용된 바이러스의 종수와 평균 지놈 크기를 색깔이 있는 바그래프로 나타내었다.

② 스크리닝 실험 과정을 나타낸 개략도. 스크리닝에는 인간에게 감염된다고 알려진 143 종의 바이러스 지놈이 사용되었다. 143 종의 바이러스로부터 유래한 지놈 서열들은 타일링 기법을 통해 130개 뉴클레오티드(nucleotide) 길이로 잘라주었다. 이렇게 얻은 3만여 개의 바이러스 유래 지놈 절편들을 플라스미드 형태로 암세포에 넣어, 세포 안에서 각각의 바이러스 서열들이 RNA 안정성과 단백질 번역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시퀀싱하여 측정하였다.

[그림 2] RNA 스크리닝으로 찾은 K5 서열의 작용 메커니즘
[그림 2] RNA 스크리닝으로 찾은 K5 서열의 작용 메커니즘

K5는 두 개의 헤어핀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ZCCHC2 단백질과 TENT4 단백질로 이루어진 혼합꼬리 형성 복합체에 결합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ZCCHC2-TENT4 혼합꼬리 형성 복합체가 K5 RNA에 결합하게 되면, 복합체 안에 있는 TENT4 단백질에 의해 바이러스의 아데닌 꼬리(polyA tail) 부분에 혼합꼬리를 형성한다. 형성된 혼합꼬리로 인해 RNA를 분해하는 단백질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게 되어 RNA의 안정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혼합꼬리는 코부바이러스 RNA의 번역(Translation)을 촉진해 단백질 형성을 촉진한다.

* 출처 : 기초과학연구원(I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