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서울대 소식

뉴스

뉴스

영국 건축가가 평가한 서울대 캠퍼스

2009.11.17.

영국 건축가가 평가한 서울대 캠퍼스, 피터 윈스톤 페레토 교수 공과대학 건축학과

서울, 도시가 자연을 품은 풍경
우선 서울이라는 독특한 도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서울은 산과 강이라는 자연적 DNA를 가진 채로, 현대적 건축물들이 자유분방하게 들어서 있는 거대한 도시다. 근대화를 위한 한국인들의 열정이 자연과 함께 숨쉬는 느낌이랄까? 아시아에서도 도쿄나 베이징은 기하학적 원칙에 의해 만들어 졌지만, 500년 전 조선을 세운 사람들은 ‘풍수’이론에 근거해 서울을 수도로 선택했다. 근대 한국 역사는 서울의 자연을 개조하기도 하고 건축을 자연에 조화시키기도 하면서 자연과 현대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도시를 만들어 내었다. 흔히 서울을 ‘자연에 둘러 쌓인 도시’라고 묘사하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 서울은 ‘도시가 자연을 품고 있는 풍경’에 가깝다.

서울을 닮은 관악 캠퍼스
40년 전 서울대 이전 부지로 선택된 곳은 도시의 소음과 뚝 떨어진 곳에 동양화처럼 놓인 관악산, 그 아래의 골프장이었다. 처음에 미국 업톤사의 도버, 패덕 등의 건축가들이 미국식 캠퍼스를 모방한 포트폴리오를 제안했다. 그들이 제시한 기계적으로 구획된 캠퍼스보다는 자연과 어우러진 설계를 원했던 서울대 사람들은 초안을 대폭 수정해 새로운 캠퍼스를 만들었다. 그 후 서울대는 관악산과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산을 과감히 지배하기도 하는 새로운 건축을 추가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의 서울대 캠퍼스는 관악산의 자연과 인위적인 대학발전의 역사가 어우러져 있는 공간으로, 건축학 관점에서 본다면 서울을 완전하게 현시한 것이다. '서울'과 '서울대'는 새로운 조건과 도전들에 적응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진화하는 공간이다.
과거에 서울은 서구의 근대 건축원리를 따라야 했지만, 한국식 도전과 진화의 결과로 21세기를 대표하는 도시로 손꼽히게 되었다. (런던은 이제 19세기 도시의 전형으로 거론될 뿐이다.) 서울대 캠퍼스도 '유럽 어디선가 본 듯한 캠퍼스'가 아닌 21세기 캠퍼스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서울대 캠퍼스를 위해
개발 일변도로 변화해 온 한국에서도 지속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른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속가능성이 실체 없는 구호로 떠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세우기 위해 과거의 ‘5개년 발전계획’ 같은 것은 요구되지 않는다. 건축과 자연을 이원화해서 사고하지 않고, 건물 하나를 짓더라도 자연과 어우러진 캠퍼스를 짓겠다는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산과 강에 둘러싸인 천예의 서울 풍경은 콘크리트 홍수 속에 많은 부분 훼손되었다. 관악산에 기대선 서울대의 독특한 캠퍼스는 서울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새롭게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서울대 캠퍼스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해 본다.

초록색 옥상의 변신캠퍼스 건물 옥상들은 대부분 장비가 흩어져있거나 아무런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는 잊혀진 공간이다. 조금의 기술적 변형을 통해 이 옥상들을 환경친화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식물을 심으면 단열재 기능을 할 수도 있고, 도시 온도의 하락을 막는데도 도움이 된다. 야생 동식물을 늘리고 오염된 물을 걸러내는 환경적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재건축’ 하지 말고 ‘개조’하라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기존의 건물들을 부수는 것은 지속가능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것은 캠퍼스 내의 건축학적인 통일성을 파괴시키는 동시에 상당히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건물들은 유지하여 확장, 재사용 그리고 개조하는 방향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응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캠퍼스는 한국 근대 건축의 유적으로,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간주해야 한다.

자가용 교통의 근절 배출가스가 없는 교통 지역을 만들어야 한다. 어느 정도의 교통 및 주차 시설을 유지하면서도 전기로 움직이는 대중교통에 완전히 의존하는 캠퍼스를 형성해야 한다. 지금은 이 얘기가 뜬구름 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2020년이면 의무화될 일이다.

이런 제안들은 앞으로 진행될 논의에 시동을 걸기 위한 몇 가지의 사례일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캠퍼스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행정가들과 개발자들에게 너무 의존해 왔는지 모른다. 이제는 우리 캠퍼스의 미래에 대한 토론을 서울대 구성원 모두에게 열어줄 때가 되었다. 대 토론이 시작된다면 나 또한 열정적으로 참가할 것이다.

2009. 11. 17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Peter Winston Ferretto 교수
Email: ferretto@snu.ac.kr

Peter W. Ferretto 교수는 유럽 각지에서 오래된 전통 건축물들을 창의적으로 '개조'한 작품들로 명성을 얻은 젊은 건축예술가이다. 그는 실험적인 건축으로 유명한 영국의 AA(Architect Association)에서 강의하다가 2009년 2학기 공과대학 건축학과 신임교수로 임용되었다.